Page 12 - 용인신문 제1273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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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시민의 대변자·권력의 감시자

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용인의 문화유산 산책                   서리 중덕 고려요지와 상덕 고려요지
       감동이 있는 시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김윤배 시인

       김윤배 시인은 충북 청주 출생으로 1986년 《세계의 문학》으로 등단했고, 현재 《용
       인문학》 편집고문입니다. 시집으로 『떠돌이의 노래』, 『바람의 등을 보았다』 등 9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고려도공 열정 서린 ‘백자 가마터’
       권과 장시집 『사당 바우덕이』, 『시베리아의 침묵』 등이 있습니다.          편집자 주





        내 입에서 당신의 뺨까지                   내 입에서 당신의 뺨까지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쓰디쓴 길이 뻗어 있다
         안토니오 가모네다 / 최낙원 옮김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벌거벗은 당신의 가슴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내 손에 재를 뿌린다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당신의 시선과 내 목소리 사이에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죽음이 떨고 있는가




       안토니오 가모네다는 1931년 5월 30일, 스페인 오비에도에서 태어났다. 아버지 역시 시인이었는
       데 『또 다른 더 나은 삶』이라는 시집을 남기고 가모네다가 한 살 때 세상을 떠났다. 어머니 아멜
       리아 로본의 건강 때문에 1934년 레온의 변두리 철도 옆 빈민가로 이사했다. 그는 학교를 다니지
       못했다. 아버지의 시집으로 글을 깨우쳤기 때문에 글자와 시가 함께 왔다고 술회한 바 있다.  「내                    사적 329호 고려백자요지 전경.
       입에서 당신의 뺨까지」는 목숨 걸고 하는 사랑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다. 화자는 입술에서 사랑
       하는 이의 뺨까지에는 쓰디쓴 길이 뻗어 있음을 고백한다. 그 소통의 길은 쓰디쓸 뿐 아니라 거칠                         고려 전기 가마구조 변화·백자 발생시기·발달과정 한눈에
       고 험난하기도 할 것이다. 사랑하는 이를 애무하고픈 손을 뿌리치는 것은 사랑의 감정에 재를 뿌
       리는 일이다. 그러나 이 시의 시안이 숨어 있는 연은 마지막 연이다. 당신의 시선은 먼 곳에 머물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처인구 이동면 서리 중덕에 남아있는 사
       고 화자의 목소리는 애절해서 곧 파탄에 이를 것 같은 긴장을 보인다. 아니나 다를까. ‘죽음이 떨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적 제329호 고려요지는 용인대학교 앞에서
       고 있는가’라고 비통한 절창을 던지고 만다.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랑이다. '문학의 숲' 간 『내 입에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학고개 터널로 진입 후 직진하다보면 좌측
       서 당신의 뺨까지』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으로 보인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가까이 다가서면 마치 작은 구릉과도 같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 규모가 엄청나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현존하는 고려시대 백자 가마터로 학술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가마를 굽다가 깨진 도편의 퇴적층의 폭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 50m, 길이가 80m, 높이 5m에 이르러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마치 신라 고분처럼 높다고 표현되기도 했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을 정도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 요지는 1960년에 발견됐는데 1984년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호암미술관에서 발굴 조사한 결과, 고려 초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기의 백자 요지로서 9세기 중반부터 12세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기경까지 청자와 백자를 생산했음이 밝혀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졌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퇴적층에서 가마의 유구와 백자, 청자, 도          갑발과 도자편이 남아있는 요지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기 조각과 건물터가 조사되면서 베일에 가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려졌던 고려백자의 모습이 드러났다.                이곳 역시 고려 초기의 백자 생산지로 학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가마는 벽돌 가마와 진흙 가마가 확인됐            계의 주목을 받은 중요한 유적지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다. 벽돌 가마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밝            고려 전기의 백자 생산지로 유적은 폭이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혀진 것이고 진흙 가마는 길이가 83m의 대          42m, 길이 72m의 매우 큰 가마다. 백자를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형 가마로 출입구가 27개나 확인됐다.             구울 때 사용한 갑발이 쌓여 작은 언덕을 이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출토유물은 그릇이 가장 많았다. 특히 해           루고 있다.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차례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무리굽을 가진 대접이 대부분이었다.  제작           에 걸쳐 발굴 조사한 결과 길이 53m의 가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시기는 10세기 후반부터 12세기 전반까지           마 1기와 발, 완, 접시 등 일상용기 편들이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로 추정되는 유물이다.                      많이 나왔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 유적지는 벽돌가마와 진흙가마의 존              이곳은 고려 전기 가마의 구조 변화와 백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재, 다양한 모양의 백자 조각 등이 발견돼           자의 발생 시기와 발달과정을 보여주는 중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통일신라 말기부터 고려 전기에 이르는 도            요한 유적지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자 역사 연구에 획기적인 정보를 제공했다.            이들 두 유적지는 용인 지역이 고려 전기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또 백자의 발생과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            부터 백자 생산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.                    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유적지임에도 광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특히 백자를 만들던 시기의 지층에서 원            주, 여주, 이천을 잇는 경기도 도자 벨트에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시 상감청자 조각이 나왔다. 이것은 우리            서 빠져 있어 아쉬움이 크다. 세 지역이 연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나라의 청자의 상감 기법이 발생한 시기를            계한 세계도자기축제가 개최돼 왔지만 용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00년 이상 끌어올린 획기적인 유물이다.           인이 이 벨트에서 빠져있었다.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와 함께 서리 상반 백자요지 또한 이동            현재 이곳 중덕 가마터는 정비가 된 듯 오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면 서리 547번지를 중심으로 넓게 자리하           랜 나무도 베어지고 수북하게 쌓여 어지럽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고 있다. 이곳은 향토유적 제45호인데 사적          게 굴러다니던 갑발도 깔끔하게 정리가 돼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으로 지정된 중덕의 고려백자요지에서 가             있지만 왠지 예전에 느꼈던 오랜 가마터의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깝다.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감흥은 일어나지 않는다.          박숙현기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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